언어치료학사전소개

사전의 저자/편찬자는 왜 한 명일까?

사전의 저자/편찬자는 왜 한 명일까?

 

나는 1970학번으로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에 입학하였다. 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학과였다. 1974년에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원서를 읽어야 하였는데, 주로 일본어책을 읽는 것이 그 당시 추세였다. 영어 원서도 보게 되었다. 나는 특수교육학과 청각장애교육전공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아직 언어장애 영역에 해당되는 전공과정이 없었던 시기이었으므로 언어장애를 연구하겠다는 나의 뜻을 지도교수님이 배려해 주어 언어장애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다. 

 

원어에 대한 한국어의 번역용어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주로 관련 타 분야의 사전에 의존해야 하는데 주로 의학용어는 의학사전을 찾아보았다. 그 당시 의학사전은 콘사이스 정도의 크기와 분량의 용어뿐이었다. Van Riper의 언어치료학개론을 1975년부터 번역 출판하려고 노력하였으니 모르는 용어가 너무 많고, 사전을 찾아도 없는 용어가 많아서 용어의 정립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는 시기였다. 우리 분야의 많은 영어용어를 일어책에서 가져오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의학대사전(이우주, 초판 1990, 22001)과 언어학사전(이정민, 초판 1982; 이정민, 배영남, 개정증보 2, 1990; 이정민, 배영남, 김용석 3, 2000)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두 사전은 언어치료학과가 생긴(1988) 전후로 출판되었다. 이 두 사전은 이제까지 나의 스승으로서 역할을 하여왔고, 두 분 저자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나도 언어치료학사전(초판 2001)을 엮다 보니,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을 터인데, ‘여러 사전에서 왜 저자 혹은 편찬자가 한 명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 위 두 사전의 저자들께서도 나와 같은 생각들이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첫째는 명확한 책임과 계속되는 후속판에 대한 애정이다. 돕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시간이 그만큼 절약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최종적으로는 책임자가 결론 내려야 하는 작업이다. 1개 원어에 대해서 해석 용어는 여러 개 있고, 학자들은 자기가 한번 쓴 용어는 다른 용어로 바꾸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변경한다고 해도 이미 출판된 저서에서는 그 번역 용어가 사용되었고, 그 다음 책에서 수정된 용어를 사용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흘러야 한다. 따라서 한번 출판된 것을 바꾸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통일하려면 많은 토론과 이해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그렇게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결말 없이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회의의 속성이다. 사전은 계속되는 항구적 작업이다. 수십 년 동안 일관된 마음을 가지고 지속하려면 열정과 애정 없이는 불가한 일이다. 이러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둘째는 재정이다. 수많은 회의와 그에 따른 회의비 등의 경비가 많이 든다. 국고보조나 든든한 후원자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어느 사전이던 아마 초판을 출판했을 시기에는 그 당시 나라 경제 규모로 비춰볼 때 국고보조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고, 받았다고 해도 그 액수는 미미했을 것이다. 학자의 곡간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다 보니 출판은 세월아 내월아 하게 되고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보통 개정판이 나오는 기간이 10년이다. 개정 증보판이 나오게 되는 것은 더 큰 행운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길이 모든 책임은 나 혼자 지지하는 마음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전편찬이 가지는 약점인 후행성이 더해진다. 새로운 용어는 생겨났으나 사전 출판은 적어도 10년 후가 되거나, 아예 초판으로 끝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검색과 새 용어 모움 기능이 이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후행성을 조금이라도 극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4판 진행에 적용하고자 한다.

 

201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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