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학사전소개

컴퓨터 고맙다.

 

 

컴퓨터 고맙다. 

 


 

 

(위의 목판 사진은 예천 권씨 조상님들 중 한 분의 업적으로, 대동운부군옥(權文海, 1589)은 우리나라의 백과사전의 효시가 되었다. 경북 예천군이 지역의 유명 관광지로 용문사와 초간정을 소개하는데, 초간정은 초간 권문해 할아버지가 지은 정자이다.) 

   

  

 

 

우리나라가 문화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의 하나가 인쇄문화이다. 인쇄라는 것은 지적 재산인 책, 즉 지식이 담긴 글()을 찍어서 배포하는 도구이다. 목판인쇄의 가장 대표적인 현존 유물이 아마 팔만대장경일 것이다. 해인사에 대장경 원판 보존각이 세워져 있다. 수십 년에 걸친 국가적으로 합심해서 이루어 놓은 지적 유산이다. 

 

목판 자체가 세월이 지나도 좀이 먹거나 갈라지거나 틀어져서 변형되지 않도록 소금물에 몇 년을 담가 두었다가 목수의 손을 거쳐 판이 다듬어지고, 판각사의 손을 거쳐 한자 한자씩 도장을 파듯이 새겨야 하는 작업이다. 시간과 정성이 담겨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 후에 먹칠한 목판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문질러 인쇄를 하는 과정을 밟는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목판본을 개인 가문에서 제작하여 소장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과 경비를 감당할 수 있다는 그 가문의 튼튼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목판에 글자를 새기기 전에 원고는 완벽하게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판각사가 글자를 새길 것이다. 새긴 후에 수정은 참으로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현재 우리들의 원고는 인쇄 전까지 고칠 수 있도록 교정 기회를 몇 차례 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 아닌가? 옛 선조들의 원고정리는 그만큼 세심하고 철저했을 것이다. 

 

목판본에서 겪는 불편함을 극복하는 방도로 활자본이 발명되었을 터인데, 이 금속활자본도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본 보다 우리의 직지심체요절이 78년이나 앞선 것으로 밝혀져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할 수 있는 문화민족이 되는 것이다. 

 

활자판은 1970년대에도 책이나 신문 발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컴퓨터가 도입되고 일반화되어 인쇄문화의 대변혁이 이루어졌다.  

 

사전편찬 작업 중에는 용어의 가나다 순으로 배열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고, 이 일은 수시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 키 한 번으로 쫙순서대로 배열되니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 아닌가! 컴퓨터라는 도구로 인해 오려두기, 붙여넣기,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기, 쇼팅하기 등은 상상을 초월한 시간과 종이와 공간을 절약하는 도움이다.  

 

목판본을 보면서 선조들이 지식을 전해 주고자 애쓰며 새로움을 일구어 온 문화의 발전과정이 고마울 뿐이다. 최고(最古)가 반드시 최고(最高)는 아니다. 우리가 활자의 발명은 세계 최고(最古)였으나, 그 후의 인쇄문화의 활성화 역사는 최고(最高)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현대의 컴뮤니케이션의 도구인 새로운 의미의 인쇄문화를 이끌어 가는 最高의 자리를 되찾아오고 있다. 세계 최고(最高)IT 국가로 우뚝 선 것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 유전자가 가져온 결실이다. 우리의 피 속에 이런 우수함이 흐르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인쇄문화의 변천을 보면서 느껴보는 점이다.

 

2019. 9. 9

 

이전글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