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이야기

『순자』와 『흠향』

 

 

 

순자 흠향 

    

    

순자는 너무나 흔하고 부르기 쉬운 우리나라 딸들의 이름이다. 옛날 어느 집에 딸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셋째 딸의 이름이 순자다. 부르기 쉬운 이름이다 보니 집안 어른들이 순자야! OO 가져 오너라, 순자야! OO 해라 하는 등, 거의 모든 심부름은 쉬운 이름의 순자가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순자는 할아버지! 저 이름 바꾸어주세요. 언니도 있고, 동생도 있는데, 식구들은 왜 저만 불러서 시키시나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해서 순자의 이름은 흠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집안 어른들은 흠향아라고 부르기 힘들어서 흐ㅡ흠-~ 하다가 옛 이름인 순자야~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흠향이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이제는 나는 순자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니, 결국에는 다른 딸들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고, 흠향이는 잔심부름을 하는 역할을 면하게 되었단다. 

 

순자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순자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저 쉽고 말 잘 듣고 착한 순자의 역할만 하면 좋은 이름이다. 학문 용어도 마찬가지로 나타내고자 하는 본질적 의미는 하나이다.

 

지나고 나니,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매끄러운 이름을 짓지 못한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였구나 하고 생각된다.

사전을 찾아도 용어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수십 개의 어휘 중 가장 적당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데, 나의 지식은 일천하여 흠향으로 이름을 지어서 부르기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용어도 생명이 있다. 생성되고 사라지는 것이 있지만, 더욱더 활발하게 사용되는 용어도 있다. 흠향이란 이름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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