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이야기

우리나라 언어치료학의 씨앗

씨앗 5. 우리나라 언어치료학의 씨앗

씨앗: 우리나라 언어치료학의 씨앗

 

 

언어치료학이 우리나라에 싹을 틔우기까지에는 특수교육이 기초적 씨앗이 되었다. 내가 1970년에 입학할 당시 특수교육과는 대구대학교(옛 한국사회사업대학) 한 곳 뿐으로 시대를 앞서 가고 있었다. 학과 내에 정신박약전공, 농전공, 맹전공, 지체부자유전공 등의 하위전공을 두고 장애영역별로 특성화하고 있었지만, 언어장애에 대한 전공 영역은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80년대에 들어와서 정신박약은 정신지체로, 농은 청각장애, 맹은 시각장애, 장애자는 장애인 등으로 용어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가 교재로 배웠던 특수교육학개론(이태영, 1963)에 의하면, 특수교육의 대상자는 여러 장애 유형 중에서 언어장애가 가장 출현율이 높지만 그 분야에 대한 전공 영역과 교수도 없었다. 그러나 각 유형의 장애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언어문제를 돕기 위해서 각 장애영역별로 ‘OOOO(장애영역)아 언어지도’라는 과목은 개설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청각장애아교육 전공은 1980년대 초부터 대학원과정에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함께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청각언어장애교육전공으로 전공영역이 확대되었다. 이규식 교수님은 청각장애교육에서 특히 청능학에 관심을 가지셨고, 더불어 언어장애 영역에도 크게 관심을 가지셨었다. 교수님은 재활과학대학의 설립과 청능언어재활과학과(언어치료학과의 전신)를 탄생시키는 주역을 담당하셨고, 초대 재활과학대학 학장으로 장애인 재활에 종합적인 접근을 위해 애쓰셨다. 선생님께서는 또 한 측면의 청능학에서의 개척자이시다. 나의 글은 독립된 하나의 학문분야로 언어치료학을 보는 시각에서 서술한 것이다.
내가 대학 2학년 때인 1971년 1학기에 『원서강독』이란 과목을 이수하였다. 담당교수인 서석달 교수님이 교재로 택한 Charles Van Riper의 『Speech Correction(3th ed.)』의 제4장 언어발달을 가지고 수강생들에게 한 문장씩 돌아가면서 번역을 시키셨다. 원서강독이란 과목은 학생들이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과목이지만, 교수님께서도 언어장애에 대한 관심을 가지시고 언어치료학 분야의 대표되는 교재를 선택하셨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에서 언어치료학이라는 분야를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꾸물꾸물하면서 번역발표하다 보니 한 학기 동안 몇 쪽 나가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그 교재를 접하게 된 것이 나의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 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주시고, 온갖 궂은 것 다 해서 직접 키우신 부모님은 자기 자녀에 대해 ‘언제 뒤집기를 했고, 배밀이를 하여 이동하였고, 네 발로 기었고, 혼자 힘으로 서고 걸었으며, 옹알이는 언제 어떻게 했고, 언제 무슨 단어를 처음으로 말했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텐데, ’어떻게 학자는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정으로 키우는 부모와 객관적인 관찰과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학자의 시각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엄마의 눈과 학자의 눈은 아동의 발달을 바라보는 초점 자체가 달랐다. 나는 이러한 학자의 호기심에 매력을 느꼈고, 그 호기심에 이끌려 학문의 길로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Speech Correction』제4장 언어발달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되었고, 사실 언어치료라는 분야를 이끌게 하는 계기가 된 영역이 되었다. 그 때 10년 후에는 언어치료학과가 개설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실제로는 18년 후인 1988년에 가서야 독립된 학문분야로서 언어치료학과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설되었다. 2013년 현재 60여개 대학 프로그램에서 1,500명 이상의 언어치료사를 양성하게 될 정도로 발전한 것을 보면 작은 씨앗의 힘을 느끼게 된다. 작은 씨앗이 열매를 맺으면 수 백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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