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이야기

고구마 줄기씨앗

                

씨앗 6: 고구마 줄기씨앗

씨앗: 고구마 줄기씨앗

 

한국언어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을 때, 장차 언젠가는 독립된 학회 사무실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대구대학교의 영광학원법인에서 캠퍼스 경계밖에 있는 대학 소유의 농토를 입찰을 통해 판다고 직원들에게 알리는 안내문을 보고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았다(2002년 매입). 몇 년 후에 도로가 나게 되어서 약 3분의 1이 도로로 편입되고 나머지 부분이 남아있다.
여기에 직접 농사를 지어보려고 동네 어른들에게 무엇을 심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제일 게으른 사람은 고구마를 심는다.”고 하였다. 아마 고구마는 게으름부리다가 때를 놓쳐 늦게 심어도, 부지런히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주는 작물인 모양이다.
여러 학생들을 동원하여 첫 해의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를 심고 나서, 몇 달간 한 번도 밭에 가보지 않다가 가보니, 고구마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또 다시 학생들을 동원하여 함께 풀을 뽑았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난 후에 고구마를 캤다. 세 번 밭에 가보고 고구마를 수확하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첫 해의 수확은 풍성하였다. 정말로 고구마는 게으른 사람이 하는 농작물이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이듬해 또 고구마를 심었다. 학생들을 동원할 수 있는 날인 토요일로 날짜를 잡았는데, 그날 마침 비가 왔다. 다른 날로 미루기도 어렵고 해서 고구마 심기를 강행하였는데, 비닐을 흙으로 덮어 고정시키는 작업이 부실했는지 비로 인해 흙이 씻겨 내려갔는지 며칠 후에 가보니 온통 비닐이 여러 곳에서 춤추고 있었다. 100미터 떨어진 높다란 나무의 가지에서도 춤을 추고 있었고, 한쪽 끝은 제자리에 고정되고 다른 쪽 끝은 하늘을 향하여 춤추고도 있었다. 다시 비닐을 제자리에 고정시키기는 하였으나, 심은 고구마 싹과 원래 심을 때 뚫은 비닐 구멍이 맞지 않아서 심은 고구마는 햇볕에 거의 전부 전멸되었다.
옆집 밭의 고구마는 벌써 탐스러울 정도로 자랐고, 줄기를 잘라 내어야 할 정도로 자랐다. 옆집 밭의 아저씨에게 잘라버리는 고구마 줄기를 내가 심으면 안 되느냐고 물으니, 그 싹은 안 된다고 하였다. 잘라버리는 싹은 잎과 잎의 간격이 크고 또 줄기가 굵어서 힘이 없단다. 원래 심는 고구마 줄기 싹은 가늘고 마디간격이 좁지만 단단하다고 한다. 아! 농사에서도 씨앗의 원리가 작용한다! 씨앗은 작지만 단단하고 그 안에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농부아저씨는 씨앗이라는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 원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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