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이야기2

5. 인수인계와 선생님

인수인

 

선생(先生)이란 먼저 난 사람이란 뜻이다. 여기에다가 자를 붙여서 불림을 받는다면 먼저 나서 모범이 되시는 분이라는 뜻이 되어 존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요즈음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선생이란 호칭은 붙이나 님"자 없는 호칭으로 통용되는 사회가 되었다.

국가 기관이든 단체든 단체의 장에 대한 임기를 둔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도 있지만, 오래 하면 썩는 경우가 더 많은 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협회는 양 학회에서 5천만원씩 추렴한 기금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학문적인 일들은 양 학회에서 담당하고, 회원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한 국가 및 사회적인 대처는 협회를 중심해서 추진하자는 의미였다. 그렇게 해서 20여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가장 큰 업적이 언어치료사 국가자격증 제도의 탄생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다른 학문 분야보다는 훨씬 빠르게 발전하였고, 학문적으로도 짧은 역사 기간에 학술서적과 논문들의 수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발전하였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이러한 발전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혼신을 바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 공을 어느 일정 기간에 담당한 사람만의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작금에 소문을 들으니 협회에서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눈살을 찡그리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원인을 나 나름대로 하나 지적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문제는 바로 인수인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다. 인수인계를 해 주기 싫어하는 사람은 민주주의의 원칙인 선거에 대한 근본을 부정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다가 매끄럽지 못한 재정지출도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받게 되는 것이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런 일들로 의심받기 싫다면 다음 주기의 임원들이 원만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망설임 없이 도와주는 것이 선임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책무이다.

인수인계란 선임자와 후임자 간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선임자는 선생이다. 먼저 낳으니 잘 걷고 뛸 수도 있다. 그러나 뒤에 난 사람은 뒤뚱거리면서 걷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왜 자꾸 넘어지니라고 비난만 할 것인가? 뒤뚱거리는 자는 손 잡아줘. 안아줘하고 응석섞인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편하게 독립할 수 있는 빠른 길이다. 이런 모습은 어린 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자 보편적인 세상 살아가는 이치이다. 누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나에게 부족한 점이 없었나를 살펴주면 좋겠다.

자 붙은 호칭을 받을 것이냐 자 없는 호칭을 받을 것이냐는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서로의 도움의 손길 차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후임자도 멀지 않아서 역할이 바뀐 위치에 서게 된다. 서로가 일어나는 자리가 아름답게 되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 맡은 자의 처신인 것이다.

참고로 내가 협회 이사장을 끝내면서 인수인계 절차를 밟으면서 행한 절차들을 말하려고 한다. 인수인계 시 밟은 서류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회칙

2. 재산목록

3. 회원명부

4. 회계서류

5. 인수인계 확인서

6. 후임자에게 주는 말

 

회칙을 넘겨주는 의미는 나는 회원들이 만든 이 회칙에 따라 운영하여 왔다는 의미이다. 재산목록에는 내가 후임자에게 넘겨주는 동산 및 부동산은 모든 비품까지도 포함하여 다음과 같다는 뜻이다. 회원명부는 현재까지 우리 협회에 가입하여 발전을 도운 분들은 이렇고, 이 고마운 분들의 명단과 정보는 이렇다는 마음을 가지고 넘겨 준다. 회계서류에는 회계장부 및 서류처리 일체를 넘겨주는 일이다. 회계는 돈이 움직인 일의 시종을 말하는 것이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로 투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모든 서류와 절차가 끝나면 전임자와 후임자가 인수인계서에 서명하고 증인을 세워서 증인의 서명도 함께 받는다. 나의 경우 나사렛대학의 윤OO교수와 이화여대의 심OO교수가 증인으로 서명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후임자에게 내가 계속 사업으로 하던 끝내지 못한 일, 내가 하지 못하였으나 후임자가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을 적고, 비밀스런 일은 후임자에게 직접 비공개적으로 전해 주는 것이다.

이런 절차는 누가 해야 하는가? 전임자가 해야 한다. 전임자가 이 절차를 잘 밟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내 이후에 이런 절차가 없었다면 협회규정으로라도 이런 절차를 명시하여 아름답게 이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서류는 역사적인 서류이니 폐기되어서는 안 되고 영구보존되어야 할 역사적인 자료인 것이다.

지금 협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가장 기본적인 절차가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선생이냐 선생님이냐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2020. 7. 7.

 

<후기>

 

이 글을 읽고 나에게 총회에서 다 인준받은 것을 무엇 때문에 인수인계가 필요하느냐고 의견을 제시하신 몇 분이 있어서 설명을 덧붙인다.

지옥과 천국이 있다고 믿고 사는 사람과 죽으면 그만이야라고 사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삶의 방향이 다르다. 내가 이 직책을 마치면 반드시 평가를 받을 것이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모든 일에 처신이 다를 것이다.

 

첫째 총회에는 쓴 돈에 대한 보고만 있지 그 결과에 대한 사항을 없다. 예를 들면 어떤 물건을 예산절차에 따라 샀는데, 그 물건이 실제 있느냐 없느냐는 모른다. 그러니 인수인계가 필요한 것이다. 국가도 대선이 끝나면 인수위원회가 발족되어 적어도 3개월 이상 확인절차를 밟는다.

둘째 회칙은 자주 바뀐다. 보통 그 회기의 사람들에게 맞추어 변경되기 마련이다. 변화의 과정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컴퓨터상에서 넘겨주는 파일에는 현재의 것만 있지 이전 것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 역사의 변천과정을 모른다.

셋째 회원명부가 왜 중요한가? 협회의 수익이 회원의 회비와 교육 외에 다른 활동이나 사업으로 벌어들인 것이 있는가? 모든 수입은 회원으로 인해 발생된 것이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회원 수가 자연증가하여 수입액수가 불어났다는 사실 외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회원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고 그 수의 변화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역사의 축적이다. 너무 많을 경우에는 파일로 남길 수 있다.

이런 인수인계의 절차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기록을 남기는 일로 생각하여 주기 바란다. 참고로 한국언어치료학회에서는 이런 절차들이 이어져 오고 있고, 지금까지 그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2020.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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